<천년여왕, 세기말 로멘스.>
항목. 갈래. SF, 드라마. 원제. 신 카구야 공주 이야기. 감독. 니시자와 노부타카. 원작. 마츠모토 레이지. 각본. 후지가와 게이스케 제작. 후지TV, 토에이. 음악. 아사카와 토모유키, 우자키 류도, 등급. 13세 이상. 방영기간. 1981년 4월 16일- 1982년 3월 25일. 특이사항. 한국에서 1983년 1월 23일부터 3월 27일까지 일요일 아침 8시에 방영되었다. MBC에서 일요일 오전에 방영하였다. 그러나 일본 애니메이션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학부모 단체에 의해 방영이 중지되고 말았다. 본래 4쿨이었던 애니메이션이 <은하철도 999>만큼의 효과를 이끌어 내지 못해 42회 로 축소 방영 되었다. 필자, S. 시나리오 : ★★★★★ 캐릭터 : ★★★★★ 작화 : ★★★★★ 음악 : ★★★★★ 총점 : 5(5)
※이 리뷰에 사용된 스크린 샷과 동영상들은 위 표에 열거되어 있는 분들이 저작권을 가짐을 알려드립니다.
※이 포스팅은 <드레이크의 잡설방>의 것을 가져왔습니다.
Ⅰ. 들어가며.
마츠모토 레이지의 레이지 유니버스[이하 레이지 버스로 통칭]은 80년대 초 일본과 한국의 어린이들을 사로잡았었습니다. 검은 상복을 입은 여인 메텔은 모든 어린이들의 이상적인 성역할 모델으로서 자리 잡았었습니다. 그 뒤로도 레이지 버스는 계속 되었지만 이 <신 카구야 공주 이야기 1000년 여왕>[이하 <천년 여왕>으로 통칭] 이후로부터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재로 <기동전사 건담>이 주목 받으면서 리얼로봇물이 애니메이션 팬들을 사로잡았고, 그 뒤로 마츠모토 레이지 감독의 인간중심주의는 지나치게 인간을 중시하는 작풍으로 인해 외면 받았습니다. 어린이들에게도 어느 정도 외면 받은 것은 당연하구요. 결국 전함과 아름다운 여인이 현실감 있는 전쟁과 로봇에게 다시 왕좌를 내 준 것이었습니다.
<좌측, 혹성로봇 당가드A의 모습, 우측,은하철도 999에서 기계인간이 된 프로메슘. 일단 알아본 바로는 극장판, 만화책판,TVA가 모두 프로메슘에 대한 언급이 다르기 때문에 메텔레전드 등 후속작에 나타나는 것을 고려해 원작인 만화책 판을 중심으로 하다면 성여왕과 화해하고 자신의 모성인 라메탈로 돌아가 성여왕의 자리에 오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드기어의 우주를 지배하려는 야욕에 현혹되어 기계인간이 되는데, 그녀에게는 소년에게 거역하지 못하는 굴레가 있다고 합니다. <은하철도 999>에 나타난 메텔이 소년들을 대려가는 장면은 야요이의 숙명을 따르는 것이고, 호시노 테츠로와 메텔의 만남은 메텔이 천년여왕으로서 겪어야 하는 일종의 숙명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 <천년 여왕>이라는 작품은 분명 레이지 버스의 처음을 이루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은하철도 999>의 기계여왕 라 안드로메다 프로메슘, 바로 그녀가 주인공이죠. <은하철도 999>를 감상하신 분들은 냉혹한 기계제국의 여왕으로서 등장하는 그녀를 보고 분노하셨겠지만, 분명 이 <천년 여왕>을 감상한다면, 프로메슘 여왕에게 깊은 연민을 느낄 것입니다. 그녀는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인에게 크세니아[이방인에 대한 관용]을 품었고, 그것이 인류 일반에 대한 아가페로 확대 되면서 그녀의 모성[母星] 라메탈과 지구인 모든 인류를 사랑하게끔 됩니다.
<우주전함 야마토>에서 보여주었던 가밀러스 인과 지구인 모두를 생각하는 코다이 스스무와 전함 야마토의 승무원의 마음이 이 <천년여왕>에는 구체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정이, 궁극적인 사랑으로 점차 커져가면서, 본인의 본래 목적과[理性] 자신이 지구인에게 가지게 된 감정[感性]이 충돌하면서 큰 갈등을 겪어야 했던 천년여왕 라 안드로메다 프로메슘. <은하철도 999>에서 등장하는 프로메슘을 위해 우리는 그녀를 재조명할 필요가 생깁니다. 프로메슘의 이야기는 일본 고전설화 [카구야 공주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대략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Ⅱ. 카구야 공주 이야기.
(1)줄거리.
<카구야 공주 이야기를 그린 삽화. 카구야 공주를 주워오는 대나무 줍는 노인과, 카구야 공주가 달로 돌아가는 여정을 다루었습니다.>
옛날에 대나무 줍는 노인과 그의 아내가 살았는데, 어느 날 대나무 줍는 노인이 대나무 숲에 갔다가 빛나고 있는 대나무를 보고 이상하게 여겨 그 대나무 안을 들여다보니 3촌정도의 귀여운 여자아이가 있어서, 그 아이를 데려와 자신의 딸로 키웠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나무 안에서 자꾸 돈이 나왔고 그 돈으로 대나무 줍는 노인 부부는 유복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대나무 안에서 데려온 여자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3 개월 만에 이미 아가씨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여자아이를 대나무의 카구야 공주라 불렀습니다. 카구야 공주가 워낙 아름다워서 모든 남자들이 카구야 공주와 결혼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카구야 공주는 나와 보지도 않았고 결국 카구야 공주와 어떻게든 결혼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다섯 명의 귀족들만이 남았습니다. 이들은 이시즈쿠리 황자, 쿠라모치 황자, 우대신 아베노 미우시, 시중 오오토모노 미유키, 황문 이소노카미노 마로였습니다. 이들이 끈질기게 버티고 있자 대나무 줍는 노인이 카구야 공주에게 권했고, 이에 카구야 공주는 그들에게
[내가 말하는 것을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 하겠다" 라고 전하게 했습니다.]
이시즈쿠리 황자에게는 부처의 바리때를, 쿠라모치 황자에게는 옥가지를, 아베노 미우시에게는 불쥐의 옷을, 오오토모노 미유키에게는 용머리의 구슬을, 이소노카미노 마로에게는 제비가 낳은 자패를 가지고 오게 시켰습니다. 이시즈쿠리는 보통의 바리때를 가지고 부처의 바리때라고 사기를 치다가 발각되었고, 쿠라모치는 그럴듯한 가짜를 들고 왔지만 장인이 와서 발각되는 바람에 실패, 아베도 가짜를 들고 왔다가 불에 넣자 활활 타버려서 실패, 오오토모는 폭풍우 때문에 포기, 이소노카미는 찾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걸 가지러 오두막 위로 올라가다가 그만 떨어져 허리를 다쳐 죽고 마는 바람에 다 실패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천황도 그녀를 만나려 했지만 그녀는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불시에 방문한 천황에게 그만 모습을 들키고 맙니다. 일순간에 자취를 감추어 자신이 지상의 사람이 아님을 보이자 천황도 결국 단념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와 와카[단가]를 주고받는 것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천황과 그렇게 와카를 주고받으며 보낸 지 3년, 카구야는 달을 보며 생각에 잠겼는데, 그러다 8월 보름이 다가오자 그녀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대나무 줍는 노인이 그 이유를 묻자
그녀는
[나는 원래 지상의 사람이 아니라 달의 사람인데 15일이 되면 하늘에서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다] 라고 했다.
대나무 줍는 노인은 천황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천황은 그것을 막으려고 대나무 줍는 노인의 집에 군대까지 보내서 지키게 했지만 하늘의 사람들이 내려오자 막을 의지를 상실하고 맙니다. 카구야는 천황에게 불사약과 날개옷, 그리고 천황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적은 시를 주고 떠났습니다. 하지만 천황은 "카구야가 없는데 영원히 살면 뭐하는가? " 하며 불사약을 스루가노쿠니의 일본에서 제일 높은 산에 가서 태워 없애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 산의 이름은 불사의 산이 되었고 후에 후지산이 되어 후지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유가 되었다고 합니다. |
(2) 천년여왕.
카구야 공주는 달에서 내려왔지만, 프로메슘은 라메탈에서 내려왔습니다. 대나무 줍는 노인은 삼식라면 집의 부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청혼자들은 마땅히 대응되는 인물들을 찾을 수 없지만, 천황의 역할을 맡은 것은 아마모리 하지메라고 할 수 있는데, 프로메슘과 서로 많은 이해를 하게되는 인물이 하지메이기 때문입니다.
Ⅲ. 천년여왕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1)마츠모토 레이지.
1) 고양이 레이지.
<하지메와 야요이의 첫만남을 주선한 고양이 레이지, 원피스 에서 레이지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빨강머리 샹크스>
<천년 여왕>에는 호랑 줄무늬 고양이인 레이지가 등장합니다. 이 고양이는 레이지 버스를 통해서 꽤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마츠모토 레이지의 아바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고양이가 하지메와 야요이를 만나게 해주었고, 종종 그들이 돌파할 수 없는 위기에 몰렸을 때 나와 상황을 타계할 방책을 마련해 주기도 합니다. <원피스>의 샹크스와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2)삼식라면집.
<좌 : 회사 닛신의 상표, 삼식라면집을 위에서 바라본 모습. 우 : 참고로 삼식라면집의 첫 등장씬이다.>
<천년여왕>에서는 삼식라면집이라는 라면 가계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마츠모토 레이지 자신이 라면 회사 닛신의 주주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합니다. <은하철도 999>에서도 자주 라면 먹는 모습이 나왔다고 하네요.
3)하지메와 테츠로, 토치로 등의 외모에 대한 단상.
<왼쪽부터 천년여왕의 하지메, 은하철도 999의 테츠로 캡틴 하록의 토치로, 하지메와 테츠로의 사랑이 잘 풀렸다면, 이들은 시아버지와 사위 처남과 메부가 되어있겠지요....., 하긴 하지메의 사랑이 이루어졌다면, 메텔과 에메랄데스는 안 태어났을태니 해당사항이 없겠군요. 에메랄데스의 남편 토치로여! 너의 선조 아마모리 하지메에게 감사해야 할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겉으로는 남성적이지 않게, 작고 못생긴 볼품없는 인물이지만, 장신에다 아름다운 서구형 미인을 연인으로 두거나 아내로 맞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모습은 마츠모토 레이지 자신과 아내를 투영한 것이라고 하네요.
Ⅳ. 줄거리.
1999년 지구를 향해 한 거대한 행성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츠쿠바 산 천문대의 아마모리 소장이 알게 되고, 지구와 충돌한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접하게 됩니다. 의문의 폭발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마모리 하지메는 삼촌과 함께 츠쿠바 산 천문대에서 머물게 되고, 아마모리 소장의 조수인 유키노 야요이와 친해지게 됩니다. 이들의 목표는 [지구로 다가오는 행성의 정체를 알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 이후 많은 의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지구의 지하에 존재하는 거대한 도시, [천년 도적] 이라는 자가 이끄는 의문의 조직의 활동, 지구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는 과학자들의 실종사건. 이런 종잡을 수 없는 복잡한 수수께끼 같은 일들의 비밀을 주인공인 하지메와 야요이가 밝혀 나가게 됩니다. |
Ⅴ. 사랑의 전달자.
-아마모리 하지메와 프로메슘-
(1) 오프닝 곡 가사.
<천년여왕 오프닝 Cosmos Dream.>
목소리를 낮춰주세요. 그대에게 바치는 사랑의 노래가 들릴 수 있도록. 내 눈을 바라봐 주세요.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내려오겠어요. 10년은 꿈을 위해, 100년은 반복되는 꿈. 1000년은 한순간의 빛나는 화살. 지나간 시간은 두렵지 않아. 찬란함을 잃고 싶지는 않아요. 우주의 꿈. 우주의 끝까지. 사랑을 찾아보시겠습니까? |
이것은 천년여왕 라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이 아마모리 하지메 또는 지구인 라메탈인 모두에게 바치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년은 꿈을 위해, 100년은 꿈이 반복되며, 1000년은 한순간의 화살처럼 지나갑니다. 이것은 천년여왕 자신의 소망을 노래한 곡입니다. 아마모리 하지메 그리고 라메탈 인과 지구인 모두에게 바치는 곡이 우주 끝까지 퍼질 수 있도록….., 그녀의 소망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녀가 라메탈인과 지구인 모두를 사랑하고 아마모리 하지메를 사랑하는 것처럼…..., 그녀의 소망을 이루는데 걸리는 오랜 시간은 두렵지 않습니다. 오직 그녀가 사랑이라는 찬란함을 잃어버리는 것이 두려울 뿐이죠. <은하철도 999>의 그녀와 <천년여왕>의 그녀를 대비시키려는 의도였을까요? 기계여왕이 되는 그녀의 처절한 운명을 말입니다.
(2)엔딩곡 가사.
<천년 여왕 엔딩곡 퀸 오브 퀸>
전설 속에 살아온 저 사람은 누구인가? 긴 머리, 빛나는 자태. Queen of Queen. 영원한 삶을 가졌으면서, 당신은 왜 그런 슬픈 눈을 하고… 마치, 의미 없는 삶인 듯이. 마치 의미 없는 삶인 듯이. |
엔딩곡은 천년여왕이 아가페를 가지기 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세계관에서는 사랑이라는 신념을 가지지 못한 자들은 쓸모없는 자들로 묘사되고 있는데, 천년여왕 프로메슘도 처음에는 영원한 삶을 누릴 줄 모르는. 덧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프로메슘은 자신의 덧없는 삶에 깊은 슬픔을 느낍니다.
(3)전제.
-스토르게[Storge]-
1) 세렌.
<성여왕 라 레라는 세렌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것은 양자간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세렌은 라 메탈을 알기 위해 지구인들이 살고 있는 구역으로 갔다가 생명의 탄생에 지구인들이 기뻐하는 것을 바라봅니다. 클론에 불과했던 그녀가 생명의 탄생을 목격하고 감격하는 것입니다. 원작인 만화책의 내용에 따르면, 세렌은 특수한 돌발행동을 해 라레라를 속였다고 합니다. 세렌이 머리색이 다른 것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던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은 것 처럼 금기를 범한 세렌은 강제노역에 처해 집니다>
스토르게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입니다. 프로메슘은 사랑을 느껴서는 안 되는 존재로서 탄생했습니다. 극도로 발달한 과학 기술과 암흑 혜성 라 로 인해 위협 받는 라메탈 행성은 사랑을 잃어버린 행성이었고, 모든 일은 이 스토르게의 부재로부터 시작됩니다. 본래 라메탈 행성을 이어받을 세렌은 성 여왕의 명령을 어기고 라메탈 행성 내에 있는 지구인 거주지를 시찰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지구인들 마음속에 품고 있는 사랑을 목격하게 되면서 세렌은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지구인들이 아기를 출산하면서 느끼는 그 감정. 그녀는 클론으로서 태어났을지도 모르는 존재이기에, 지구인들의 자식들처럼 성 여왕에게 스토르게를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1000년 여왕의 의무를 이어야 하는 세렌이었지만, 지구인들을 보면서 자신에게도 사랑의 감정이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녀는 성여왕에게 반기를 들게 됩니다. 그리고 지구로 도망쳐 천년도적을 자청하여, 새로이 천년여왕으로 발탁된 프로메슘에게도 그것을 깨닫게 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2)프로메슘.
<제가 참조한 블로그의 내용을 읽어 보시면 알겠지만, 야요이도 수백만의 클론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성여왕에게 친자식으로서 그 사랑을 얼마나 받았겠습니까? 야요이 또한 못 받았을 수도 있는, 그 사랑을 이 지구인 부부는 야요이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가족사진의 정다운 모습과 정다운 가족생활. 그것을 잊지 못한 야요이는 부모님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남깁니다. 당신들이 보여준 사랑을 잊지 않겠다고......,>
세렌이 경질되자 세렌의 클론 프로메슘이 선택되어 [천년여왕] 으로 발탁됩니다. 세렌의 전례 때문에 프로메슘은 어린나이에 명령을 받은 채 지구로 보내어 지게 됩니다. 어린 프로메슘을 양육하기 위해 라 메탈 내 지구인들에게 거짓 기억을 심어 함께 지구로 보내게 되는데, 그 늙은 지구인 부부는 자신의 딸 [유키노 야요이]를 정말로 사랑해 주게 됩니다. 부모로서 줄 수 있는 사랑을 모두 준 삼식라면집 부부에게 프로메슘은 이미 감화되어 있었습니다. 프로메슘도 그들을 진짜 부모로서 받들며, 아주 사랑했고, 그들에 관련된 일이라면 목숨이 위험하다 할지라도 뛰어 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작중에서 삼식라면집 부부가 야요이를 걱정하는 모습은 도가 지나치다 할 정도로 과장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야요이와 관련된 일이라면 부부는 화를 내고, 사람을 쫓아내는 등 차갑게 대합니다. 야요이는 그들에게는 금지옥엽의 자식이며, 그들이 야요이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의 사랑이 무엇인지 시청자들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한 태도는 야요이가 그들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밝혔을 때도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삼식라면집 부부와 야요이는 정말 한 가족이었던 것입니다.
3)아마모리 하지메.
<아마모리 하지메의 아버지는 하지메 처럼 넉살좋은 성격을 가진, 기술자였습니다. 하지메는 별을 보기 좋아하는 보통의 중학생이었으나, 그의 집이 폭발하면서, 그는 모든것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마지막 사랑은 계속해서 남아 있엇고, 만일을 위해 우주 동력장치의 설계도를 남겨놓는습니다. 하지메의 양친이 타계한 후 그 후견인 역할은 큰 아버지인 아마모리 소장이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메의 아버지는 뛰어난 기술자로서, 천년여왕이 탈 우주선의 엔진동력의 제작을 도급 받게 됩니다. 엔진을 제작하던 도중 누군지 모를 이들에게 위험을 느끼게 되고, 그가 만들어 준, 아들 하지메의 망원경 안쪽에 천년 여왕이 의뢰한 우주선 동력원의 설계도를 넣어놓게 됩니다. 그것은 아들을 미지의 세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모의 사랑이 나중에는 모든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희망이 됩니다. 하지메의 삼촌인 아마모리 천문대 소장 또한 하지메를 아주 잘 이해해주고 하지메를 신뢰해 주는 인물로 등장 합니다. 자신의 부하직원으로 잠입해 있었던 유키노 야요이의 깊은 사랑에 감화되어 지구인과 라메탈 인을 모두 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인물로 그려짐으로서 <천년여왕>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됩니다.
(5)시작.
-크세니아[Xenia]-
1) 유키노 야요이.
<처음에는 야요이도 조실부모한 하지메에게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좀 더 신경써주는 정도였고, 하지메가 자신의 계획에 따라 주길 바랐었던 정도였습니다.>
크세니아란 [낯선 자에 대한 포용]을 뜻합니다.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관용도 그리스 세계에서는 사랑의 일부였으며 [프로메슘]도 처음에는 하지메를 크세니아로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녀가 그에게 품었던 것은 동정이었고 그녀 자신의 숙명으로 인한 미안함 정도였습니다. 이후 유키노 야요이는 아마모리 하지메가 가지고 있는 복수심을 달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개인적으로 프로메슘이 하지메를 천년 여왕의 기지에 끌어들일 때 까지는 하지메에게 크세니아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성인이 된 프로메슘이 하지메에게 가지는 감정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그 꺾이지 않는 신념이 프로메슘에게 끼친 영향은.....,
2)세렌.
세렌이 작중 시점에서, 크세니아를 가지고 있었는지, 필리아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세렌이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이방인의 존엄에 대한 성 라레에 대한 피력 등으로 미루어 보아, 현실주의적인 크세니아를 가지고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세렌이 지하단지에 수용할 사람들을 선별하자는 제안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뒤에 다룰 지구인 수뇌부의 사고방식과 일치하는 것이며, 나아가 라메탈의 여왕 레 라레의 견해와 일치합니다.
이 장면은 감독 마츠모토 레이지의 인간 신뢰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후술하겠지만, 아마모리 하지메는 현대의 작화기법으로 보든, 80년대의 작화 기법으로 보든 이상하게 생겼습니다. 눈과 키는 작고 머리는 큰 외양. 그렇습니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이런 소년의 입을 통해 인간의 생명의 존엄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과는 별개로 세렌의 경우 에로스는 묘사되지 않더라도 필리아부터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배우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6)전개
-필리아&에로스[Pylia&Eros].-
1)프로메슘.
<천년여왕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하지메와 야요이가 함께있는 씬이 정말 많습니다. 왜냐? 연인이니까요. 야요이도 하지메에 관련된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게 되는 것이, 꼭 삼식라면집 부부가 야요이 자신에게 대하는 테도와 닮아갑니다. 흐뭇한 광경입니다. 진짜, 야요이 같은 여인이 실존한다면 하지메 부럽네요.>
프로메슘은 아마모리 하지메라는 사내의 굳건함에 공감하게 됩니다. 그녀는 하지메를 바라보며 그녀의 고향인 라메탈을 위해서라기보다 지구인들에게 동정을 갖기 시작합니다. 이미 삼식라면집의 노부부의 스토르게로 인하여 그녀는 많이 지구인과 닮아 있었고, 지구인과 동일하다는 감정을 품는 것은 그녀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모성에서 그녀에게 맡긴 책임이 막중함에도 그녀는 지구인들과 대화로서 협력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고 일이 늦어지면서 야모리 다이스케와 같은 강경파들에게 의심을 사게 됩니다. 급기야 최고 지도자인 성 여왕 레 라레까지 프로메슘을 의심하게 되고, 급기야 프로메슘의 클론을 보내기에 이릅니다. 자신의 클론을 물리친 프로메슘은 돌아와 다시금 지구인들을 구하게 됩니다. 그녀에게 있어 이미, 필리아를 품어야 할 [친구] 들은 지구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세렌과는 달리 라메탈인에게까지 연민을 품게 됩니다.
유키노 야요이로서의 프로메슘은 아마모리 하지메의 굴하지 않는 성정에 반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메에게 자신을 좋아하냐고 물어본 것은 여성으로서의 확인심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뒤로도 아마모리 하지메가 위험에 처한다면 꼭 프로메슘은 무리를 해서라도 하지메를 구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메와 프로메슘의 마지막은 비장하면서도 그 미적요소를 잘 살린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요이는 하지메가 살기를 원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사랑자신과 같이 죽기보다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프로메슘은 아마모리 하지메를 남자로서 깊이 사랑했습니다.
2) 아마모리 하지메.
아마모리 하지메는 레이지를 구하면서부터 야요이와 만나게 됩니다. 그는 야요이를 보자 얼굴을 붉힙니다. 그녀는 최고의 미녀였고, 성격 또한 부드러운 여성이었으니까 말입니다. 키 작고 잘하는 것이 없는 자신과 대비하면서, 하지메는 야요이를 동경하게 됩니다.
<은하철도 999>에서 메텔은 주인공 테츠로에게 어머니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결국 메텔은 테츠로의 어머니는 되어주지 못했지만, 눈물 젖은 연인이 되었습니다.
반면, 앞서 말한 것처럼 아마모리 하지메와 유키노 야요이의 관계는 연인에 더욱 치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극이 전개되면서 서로를 아주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프로메슘이 부상 입었을 때, 하지메는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전전긍긍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무사함을 확인하고 안도합니다.
극의 중반부에서 야요이는 하지메에게 묻습니다.
[나를 좋아해?]
아마모리 하지메는 부끄러움에 차마 대답하지 못합니다. 아니,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는 편이 옳겠네요. 그는 소년이었고 야요이는 성인이었으며, 닿을 수 없는 동경의 대상에 가까웠으니까요. 하지메는 당시에는 동문서답을 하지만 극의 최종부에 다 달았을 때, 야요이에게 외칩니다.
[야요이 좋아했었어.]
물론 프로메슘의 품에서 나오면서 뛰어나가며 소리친 것이지만, 프로메슘에게 아니, 유키노 야요이에 대한 하지메의 마음은 충분히 잘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야요이가 떠난 곳을 바라보는 하지메의 모습에서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유키노 야요이= 라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은 아마모리 하지메에게, 아니 <천년여왕>의 시청자들에게 이미 불멸의 여인으로서 자리할 것이라고…..., 제겐 어릴 적 익숙하게 보았던 메텔 보다는, 나이 들어 만나게 된 야요이가 불멸의 여인으로서 자리하고 있습니다.
(7)대단원.
-아가페[agapē]-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암흑혜성 라에 달려드는 프로메슘. 그녀의 사랑은 모두에게 전해졌습니다.>
작중에서 프로메슘의 진정한 신분은 천년에 한 번 나타나는 천년여왕입니다. 결말에서 그녀는 지구와 라메탈 모두의 천년여왕이 됩니다. 극의 종반부에서 그녀가 [여왕]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왕]으로서의 책임감을, 모든 사람들을 사랑한 그녀의 마음이, 말하고 있었습니다. 모두의 사랑을 파괴하려는 [암흑 혜성] 라에 뛰어들라고! 라에게 사랑을 가르치라고! 사랑의 별 지구를 지키고 라메탈에 사랑의 가치를 부활시키라고! 그녀는 모든 사람들을 대피시킬 용도였던 우주선을 타고 [왕]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암흑 혜성]라로 행합니다. 모두를 살리기 위해서, 마치 현실 세계에서 신이 피조물들에게 모든 것을 바치듯이......, 피조물을 위해 피를 흘렸던 사랑의 예수처럼, 그녀는 아가폐를 품고 헌신합니다. 그녀의 결심을 알았던 걸까요? 암흑혜성 [라]는 다행히 부숴집니다. 사랑을 파괴하는 위협적 존재가 한 사람의 희생으로 사라집니다.
그녀도 갈등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사랑한 소년 아마모리 하지메를 두고 떠날 것에 고통스러워했지만, [왕]으로서의 책임감이 그녀를 이끕니다.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초월적인 사랑….., 그녀가 지구인들에게 받은 사랑으로서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그야말로 사랑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렌은 프로메슘이 라를 향해 떠나자 레 라레를 찾아가 역설합니다. 암흑 수성은 신과 같이 숭배해야 할 것이 아니라고. 과학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라메탈 조차 암흑 수성을 신으로 여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인간의 이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지는지 알려주는 장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간에게는 이성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감성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성 여왕 레 라레는 그녀의 과오를 뉘우치게 됩니다.
Ⅵ.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
(1) 성여왕 레 라레.
<결국 성여왕이란 늙은이도 미신에서 벗어 나서 못해 이상한 별을 신과 같이 섬겼습니다. 그러다, 딸이 모두를 위해 희생하고 나서야 자신의 우둔함과 냉정함을 뉘우칩니다. 무슨 햄릿에 나오는 독백처럼......, 그것보다 가장 아름다울 것 같았던 성여왕이 할머니 파마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적지않게 놀랐습니다.>
모든 것은 성여왕 레 라레의 암흑 혜성에 대한 잘못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성 여왕 레 라레는 지구인과 공존하면서도 그들을 배척했고, 계급화 하여 도구로 여겼습니다. 그랬기에 도구에게 관심을 쏟는 세렌을 내쳤고, 프로메슘을 죽이려 했습니다. 그녀의 우물 속에서 그녀가 취한 방법은 그녀와 그녀의 백성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녀의 해결책은 많은 희생을 동반하는 것이었고, 그녀는 지구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녀가 만약 지구인들을 사랑했다면, 그녀의 정신이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요.
(2)야모리 다이스케.
<좋게 말하면 행성의 충신이요. 나쁘게 말하면 더러운 놈입니다. 보고를 빙자한 고자질을 아주 잘하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새 천년 여왕을 대리고 왔다고 좋아하다가 뒤통수 맞기도 하며, 하지메를 꼬셔서 화산지대에 던져놓고 의기양양하게 도망가고, 지구인 인질로 잡고 위협하고, 야요이 부모님까지 위협합니다. 온갖 비겁한 술수는 다 쓴거지요. 하지만 역시 인과응보인지, 최후는 비참했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사실 원작에서는 야요이를 사랑해서 질투하는 것으로 나온다고 하더군요.>
야모리 다이스케는 천년여왕의 측근에서 숙적으로 변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입장에서는 라 메탈에 충성하는 것이 가장 가치가 큰일이라, 천년여왕을 감시하려고 감시자를 데리고 오기도 하고 군대를 파견해 달라고 라 메탈에 요청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천년여왕을 파견하여, 천년여왕을 교체하려는 계획이 실패하자, 배신 당했던 프로메슘은 그를 쫓아 내었고, 그는 라 레라에 충성하는 행동대원이 되어 천년여왕에 맞섭니다. 마지막에는 삼식라면집의 부부를 인질로 잡고 천년여왕을 위협하지만 미라이의 희생으로 그의 계획은 실패하였고, 그는 비열하게도 프로메슘을 흔들기 위해 삼식 라면집 부부에게 프로메슘의 정체를 폭로합니다. 라면집 부부는 야요이를 끝까지 친딸과 같이 생각하며, 그의 계획은 마지막까지 실패합니다. 그는 여러모로 아마모리 하지메와 대조되는 인물입니다. 첫째로 그의 잘생긴 외양이 그러하며, 이따금 보여주는 비열하고 비정한 행동이 그러합니다. 그러나 작품이 그의 잘생긴 외양도 능력도 하지메의 굳고 옳은 의지 앞에서는 대항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한 번 생각해 볼만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지구의 지도자들.
<각국의 지도자들 얘들 말고도 더 있습니다. 결국 자기들이 선택받은 엘리트라고 생각하며 자기들만 살아 남을 수 있게 로켓을 만들어 우주 공간으로 도망가다가 암흑혜성에게 빨려 들어갑니다. 당신들은 작품 내에서 뛰어난 엘리트였는지는 몰라도 작품의 주인공은 아니었어요. 애도를 표합니다. RIP.>
지구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지구와 라메탈 성의 충돌이 알려지자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이기적인 탁상공론만을 반복합니다. 아마모리 소장은 그들을 중재하고 최선의 결론을 이끌어 내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 그들이 내놓은 해결책은 엘리트들만이 승선할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들고 탈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지도자 답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세상은 염세적인 사상으로 가득 차게 되었고, 곳곳에서 폭동과 소요가 일어나게 됩니다. 사람을 하나라도 더 구출하려는 하지메나 하지메네 급우인 대장의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그들의 허식과 오만은 곧 징벌을 받게 됩니다.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암흑 혜성 라가 나타난 것입니다. 그들은 사랑으로 해쳐나가려는 공동체에서 탈선함으로서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맙니다. 위의 라메탈인인 성 여왕 레 라레나 야모리 다이스케와 같이, 이 작품의 주제를 형상화 하는데, 이들이 나오는 부분에서 주제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나 생각합니다.
[권력이나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소수자 혹은 약자를 집단에서 배척했을 때, 역설적으로 자신들도 천벌을 받고 만다.]
글쌔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떠올리실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만, 씁쓸하군요.
Ⅶ. 엑스트라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
지난번 리뷰까지는 인물 개인으로 다루었지만, 이번 리뷰에서는 좀 방향을 바꿔서 엑스트라를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천년여왕>의 시청률 전략은 메텔이라는 당대의 아이콘을 이용해 -메텔과 야요이는 닮았으므로.- 어린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천년도적과의 대립까지는 상당히 흥미진진하지만, 하지메와 야요이가 인간의 가치에 눈을 돌림으로 해서 전개가 루즈해지고 주제 중심적으로 극이 진행됩니다. 이런 전개 때문에 내용이 지루해지기 시작할 때 엑스트라의 역할이 중요해지게 됩니다.
(1)유키노 부부.
<이 부부는 정말 딸을 과할 정도로 사랑합니다. 딸 이야기만 나오면 사람이 180도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부부가 주로 등장하는 장면은 딸 때문에 화내는 신입니다. 이런 장면이 이들의 등장 분량의 70%이상을 차지 합니다. 자신들과는 닮지 않은 딸이 더 소중한 보석이었던 것일까요? 야요이가 자기 딸이 아님을 알았을 때도 자기들의 딸로 받아들이고 아주 슬퍼했습니다. 서글픈 부모님. 하긴 외모적으로 야요이는 완벽을 넘은 인외의 존재처럼 그려지니 저러도 저랬을 것 같네요. 금발에 190cm 정도의 키, 글레머. 덜덜.>
삼식라면 가게의 부부 중 남편은 상당히 다혈질적인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아내도 마찬가지로 정도가 그야 말로 딸내미 바보 캐릭터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캐릭터가 <천년여왕>의 극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은 엄연히 어린이들을 주요 시청자로 설정한 <천년여왕>이 고려해야할 점이었고, 뒤에서 설명할 대장 일행이 극 중에서 맡을 역할 또한 이와 비슷합니다. 물론 그들이 유키노 야요이의 일에 화를 내는 장면은 부모로서의 딸에 대한 깊은 스토르게 말해야 하겠지만, 그 표현이 지극히 과장되어 나타나고 그들의 겉 이러한 과장이 키가 작고 빼빼마른 그들의 모습과 합쳐져 희극적인 분위기를 띄게끔 되는 것입니다.
(2)대장 일행.
<똘마니가 리젠트 머리는 하고 다녀도 요즘의 일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긴 요새는 폭력을 쓰면 어느정도 강한 제제가 들어오니 이 글을 쓸 때인 2011년과는 또 다른가요? 희한하게도 이 패거리가 하지메의 유일한 친구들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성격적으로는 참 재미있는 친구들입니다. 재미있는 장면도 많이 만들고, 대장은 하는 짓 보면 중학생이 아니라 요즘 초등학생 같습니다.>
대장일행의 경우, 유키노 야요이의 겉모습과 친절한 모습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냅니다. 삼식라면집에 자주 들르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그들이 유키노 부부에게 쫓겨나는 장면은 참 희극적입니다. 그들이 하지메의 이름을 빌어 라면을 빌어먹으러 때 그들의 불량한 행색을 보고 화를 내는 부부의 모습은 애틋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대장 일행은 날나리답게 하지메에게 거들먹거리며, 대장의 부하인 한 명은 당시 불량아들의 상징인 리젠트 헤어 스타일을 하고 있지만, 이가 하나 빠져 있어 멋있다는 느낌보다 덜떨어진 사람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들은 종종 아마모리 하지메와 대비되기도 하는데, 겉으로는 강한 척을 하지만 속으로 굳건한 마음을 가진 하지메가 할 수 있는 일을 그들은 하지 못하는 식으로 표현됩니다. 대장은 자신의 동생인 치카가 불타는 집에 갇혀 있을 때도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면서, 결국 대장의 여동생 치카를 하지메가 구해오는 장면은 대장의 허세를 보여줍니다. 물론 친구에 대한 묘사가 대장 일행밖에 존재하지 않는 하지메에게 대장일행은 친구라고 할 수 있으나, 하지메가 치카를 구하는 용기 있는 행동을 하고 난 뒤 대장이 하지메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합니다. 대장의 아버지는 위기 상황에 트럭으로 사람들을 구하러 다니느데, 대장도 성장한다면 아버지와 같이 멋진 사나이로 자라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메가 모범을 보였으니까요.
(3)세렌의 부하.
<뭐, 멋있는 남자인것 같다. 썬글라스나 모자, 벗겨놓으면 야모리랑 똑같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중입니다.>
이름 없는 남자. 세렌의 부하라 자주 등장하고, 멋있는 사람이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비중이 작아지기만 합니다. 초반부에 모든 것의 흑막인 것 같이 연출되었으나, 누명을 벗는다. 일단 세렌의 부하인 것을 보면, 지구인에게도 어느 정도 동정심을 품고 있는 라메탈 인인 듯 싶네요. 정체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지구인으로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세렌을 따랐을 것 같은 남자입니다. 아마 결혼도 하지 않았을까요? 복받은 사람입니다.
Ⅷ. 작품성.
(1) 주제의식.
이 작품을 보던 제가 지칠 정도로, 이 작품은 마츠모토 레이지의 인간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올린 세렌과 하지메의 대화를 제외하고도, 장면은 수도 없이 많으며, 주로 하지메와 야요이를 통해 형상화 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필요 없는 인간은 다른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인간뿐입니다. 아무리 겉으로 쓸모가 없는 인간처럼 보이더라도 마츠모토 레이지는 [그건 아냐.] 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자! 이 정도가 이 작품을 통해 그가 주고 싶었던 메시지가 아닌가 합니다.
(2)작화.
마츠모토 레이지 작품 치고 작화가 안 좋은 작품이 있을까요? <우주전함 야마토>, <은하철도 999>등의 연이은 히트로 마츠모토 레이지의 독특한 남성 주역 캐릭터의 작화를 제외한다면, 작화는 아주 좋은 편입니다. 190cm에 육박하는 키와 개미허리, 둥글둥글한 얼굴에 허리까지 오는 금발의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는 히로인, 유키노 야요이의 아름다움이란….., 메카닉 디자인의 경우 <우주전함 야마토>와 비슷하다는 것이 흠이 되지 않습니다. 천년여왕의 전함이나 세렌의 전함의 경우, 야마토의 것과는 달리, 형태가 좀 특이하기 때문입니다. 작화는 당대 최고급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3)음악.
애니메이션 음악 중의 <천년여왕> 의 극장판 태마곡인 ' Angel Queen '을 꼽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본편의 음향이 극장판 보다 못하다고 해서 전체적인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장면에 알맞는 긴장감 넘치는 BGM. 애수에 넘치는 오프닝, 엔딩 곡과 나머지 BGM. 거의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Ⅸ. 나가며.
전에 <드레이크의 잡설방>을 운영할 때, 아는 동생이 리뷰 엉성하게 쓴다는 말에 충격 받아 이 리뷰를 작성하는 데만, 12시간이 걸렸었는데, 정작 글이 너무 길어 아무도 제대로 봐주지 않았던 기억이 있네요. 그런데 이것을 수정해서 올리는 건데도 글의 분량이 길어서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리는군요. 여러 개의 애니메이션 리뷰 중 테마를 가장 잘 잡아내어 리뷰를 한 작품입니다만......, 고쳐서 쓰더라도 많은 분들은 분량 때문에 읽어주시지 않겠지요.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드는 마음인데, 정상적인 연애의 경우, 크세니아에서 시작해 에로스까지 이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저는 못해봤지만 말이죠. 기본적으로 극장판과의 비교나, 개인적인 스토리의 감상 부분 등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원본에서 잘라내고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12시간이나 들였는데도 의외로 비문과 빠트린 부분이 많아 꽤 놀랐네요.
Ⅹ. 참고 사이트.
http://blog.naver.com/penny520
→레이지 버스에 속하는 작품을 모두 다루신 분의 블로그입니다. 모든 작품이 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오류 난 것이나, 소소한 사건 캐릭터들에 대해 폭넓게 알 수 있습니다. 레이지 버스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들러보십시오.
http://blog.naver.com/joju1200
→이 분 블로그에서 마츠모토 레이지와 린 타로 관련글만 봤는데, 참고사이트를 쓸 때가 되어 보니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이 많이 다르더군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만화책도 한 번 봐야겠습니다. 아 이래서 원작이 있는 건 리뷰하기가 꺼려 진다니까. 여하간, 만화책 천년여왕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한 번 들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blog.naver.com/fxbo111
→애니메이션 리뷰를 아주 잘하시는 분입니다. 아는 거도 많으실 분더러 리뷰를 아주 친절하게 하시죠. 필자와는 좀 반대성향이신가…
블로그 모두 지금은 제대로 운영이 되고 있는 것 같지 않아서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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