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매전 : 만만파파식적, 웰메이드 팩션.>
항목. |
|
갈래. |
RPG. |
개발. |
산지니. |
기획. |
정연태. |
프로그램. |
오제원. |
음악. |
박정호 외. |
그래픽 |
손기창 외. |
필자의 평가등급. |
A.
시스템. : ★★. 시나리오 : ★★★★. 그래픽 : ★★★☆ 사운드 : ★★☆.
총점 : 3.0 |
Ⅰ. 들어가며.
<의외로 나무위키를 보니 93년작 드라마도 있더군요. 이준기 씨가 주연으로 분한 SBS일지매와 애니메이션 일지매. 일지매 애니매이션은 스쳐가며 본 기억이 있네요.>
한 10여 년 전쯤, <일지매>의 드라마가 방영될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 일지매라는 가상의 인물을 처음 들어보았고, 일반 대중에게 일지매가 알려진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만, 저의 경우 퓨전 사극을 상당히 혐오하기 때문에, 보지 않아 거기에 대해 드릴 말씀은 없네요. 어쨌든 순서대로 한국의 RPG게임을 리뷰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순서에 따라 이 게임을 해보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획기적인 시스템이 있거나, 시나리오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은 것에 놀랐고, 이 게임에 대해 인터넷상에 거의 언급이 없는 것에 허탈했습니다.
이 게임의 경우 비슷한 제목인 <일지매 만파식적편>이라는 슈팅게임이 있어 그것에 대한 리뷰는 어느 정도 잘 되어 있으나, 이 게임에 대해서는 언급된 포스팅이 거의 없더군요. 그나마 게임컴의 공략이 있고, 두기 런쳐에 공략본이 포함되어 있기에 이것을 보고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1993년 정보문화센터에서 주최한 게임시나리오 공모전의 출품작을 주요 골격으로 하여 이를 90%정도 수정하여 제작한, 게임입니다.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원작자<주1>의 동의 없이 수정했다고 하는데, 게임 시나리오 공모전의 대상 수상자 로서는 상당히 수치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기에 너그러이 봐주실 수 있지 않으실까 싶네요. 그럼 게임 리뷰 시작해 보겠습니다.
Ⅱ. 배경설명.
(1)일지매.<출1>
일지매(一枝梅)는 한 가지의 매화라는 의미로, 도둑질을 할 때 한 가지의 매화를 남기고 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일지매는 중국 명나라 시절 나룡이라는 도둑이 재물을 훔치고 매화 한 가지를 남긴다는 유래가 있다고 하여, <박안경기> 제39편에 나오는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이후 청나라 시절, <환희원가> 제24편에도 수록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진 왜란 후 수입되어, 현재 남아 있는 기록에 따르면, 순조 시대의 조수삼의 <추재기이>라는 책에 남아있다고 합니다.
(2)만파식적<출2>
<삼국유사> 제2권 기이(紀異) 만파식적조, <삼국사기> 32권 잡지 제1악조(樂條)에 실려 있는 피리로,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을 위해 동해에 감은사를 짓자, 작은 산이 바다에서 떠 왔다고 합니다. 이후 일관(日官)이 해룡이 된 문무왕과 천신이 된 김유신이 도성을 지킬 수 있는 보물을 준다고 하였습니다. 산 쪽으로 가보자, 산 위에 대나무가 있어 9일 후 그것으로 피리를 만들면 나라가 평안해 질 것이라 하였습니다. 피리가 만들어졌고, 이를 불자 나라에 평안이 있었다고 합니다.
Ⅲ. 시스템.
(1)DQ1보다 불편한 인터페이스.
<스샷을 보면서 설명하자면, TAP키를 누르면 우상단의 8개의 매뉴 중 하나가 지정 됩니다. 이후 Page up, Page down 키를 통해 우중단의 장비창 우하단의 아이템 창 으로 지정란을 교체할 수 있습니다. 드래곤 퀘스트 Ⅰ보다 키를 1-2번씩 더 눌러야 해서 불편합니다.>
제가 일전에 리뷰한 <드래곤 퀘스트 Ⅰ>의 경우 지금 하게 되면 상당히 불편합니다. 대화나 보물상자 열기 등의 커맨드를 일일이 매뉴창을 누르고, 지정해 주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컴퓨터 기반의 RPG에서 훨씬 더 많은 명령어가 알파벳의 각 키에 할당되어 있던 것을 압축하여 콘솔용 RPG에 적용하여 상당히 편해졌다는 것은 게임의 발달사에 대해 알고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계신 사실일 것입니다. 그 <드래곤 퀘스트 Ⅰ>이 86년 발매되었고, 한국 게임의 경우 이미 리뷰했듯이 <홍길동전>이 이러한 형태를 약간 간략화 하여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작의 경우 전반적으로 <드래곤 퀘스트 Ⅰ>보다 불편합니다. 떨어진 아이템을 관찰할 때, 대화할 때, 아이템을 습득할 때 등 각각의 경우에 커맨드를 누르고 주인공을 중심축인 5번으로 하여 8방향에 1-4, 6-9번까지의 번호가 매겨져 있어 사람에게 말을 걸거나, 아이템을 보거나 관찰할 하는 형식입니다. 일반적으로 <드래곤 퀘스트 Ⅰ>보다 1번의 버튼을 더 누르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좀 거슬리게 됩니다.
(2)낮밤의 구현과 일상생활.
<드래곤 퀘스트 3 같은 게임에서도 밤이 되면 장사를 하지는 않지만, 캐릭터가 역동적으로 집으로 돌아가서 자거나, 근무시간이 아니라며 말하지는 않습니다. 94년의 국산 게임인데 놀랍습니다. >
이 게임에는 낮밤이 구현되어 있는데, 각각의 마을에서 비중 있는 거간꾼, 주모, 무당, 대장장이 등의 인물들은 직장과 집이 분리되어 있어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집에서 잠을 자게 됩니다. 잠을 잘 때는 말을 걸 수 없으며, 캐릭터가 잠을 자러갈 때에는 그들의 업무인 거래를 기피하고 다음에 오라고 합니다. 또한 캐릭터에 따라 업무를 보는 시간이 미묘하게 다르기도 합니다. 밤이 될 경우 원래 하고자 했던 대화나 거래를 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인공도 잠자기 커맨드를 통해 시간을 건너뛸 수 있습니다. 주로 잠자기 커맨드를 입력하게 될 경우 진시(오전7시-오전9시)가 됩니다. 게임 중후반에 만날 수 있는 NPC 박씨 부인 같은 경우,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신시(오후 3시-오후 5시)이므로 말을 걸려면 신시를 입력해야 합니다. 처음에 게임을 키고 NPC들이 시간에 따라 규칙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네요.
(3)아이템과 불편함.
<던전에 들어가면 아이템이 산재해 앴는데, 줍다가 던전 내에 숨겨져 있는 상당히 많은 함정들에 걸려 중독되거나 대미지를 받고 심한 경우 저장을 하지 않았는데 함정 때문에 사망하는 일이 비일 비재합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인 일지매는 일단 의적이지만 도둑이라 그런지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주울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아이템인 경우 배개나 방석 등도 훔쳐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용하거나 판매할 수 없으므로 인벤토리를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는데, 이 게임의 경우 아이템 슬룻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또한 초중반부터 도력(MP)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체력을 회복하는 음식이나 청심환 등의 경우 99개까지 1개의 슬룻을 차지하게 되나, 도력을 회복하는 아이템인 인삼이나, 산삼의 경우 1개 마다 1개의 슬롯을 차지하게 되어, 아이템 슬룻이 부적해지게 됩니다. 또한 어떤 물건의 아래에 있는 진행상 반드시 필요한 특별한 아이템을 얻기 위해 아무 쓸모없는 잡탬을 먹어야 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아이템을 위에 있는 아이템을 얻지 않고 아래에 있는 아이템을 얻는 방법인 마법 [염공]도 있지만, [염공]의 경우 게임 후반부에 배우게 되므로 별다른 효용성이 없습니다. 잡탬이 아이템 슬롯을 차지하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템 버리기 등의 요소가 있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네요. 자그마한 배려가 절실합니다. 또한 전투가 끝나면 적들이 드랍하는 아이템을 저절로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불편합니다.
(4)방어력과 경험치.
<방어력이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도류를 장착하면 편합니다. 혹시 이 게임을 하실 거면 참조하십시오. 전체마법은 최후반의 lv18정도에 배웁니다. 전체마법이라도 되면 맞기전에 때려서 편하게 진행할 수 있는데 최후반에 배우는 지라 그 때까지는 많이 고생해야 합니다.>
이 게임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까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체력이 가득 차 있었다고 하더라도 순간 방심하면 죽기 일상입니다. 거의 <진 여신전생>급의 난이도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방어구를 좋은 것을 장착하고 레벨을 올려 방어력을 올린다고 할지라도 적용되지 않고, 따라서 몹들이 고정 대미지를 주게 됩니다. 타고난 공격력이 높은 몬스터의 경우 여차하면 죽을 수 있습니다. 후반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경우, 크리티컬도 자주 내는데 환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따라서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몬스터를 1턴에 죽여버릴 수 있을 정도의 공격력을 가지지 못한다면 상당히 어려운 전투가 예상되는데, 적당한 레벨의 몬스터와 싸우는 게 아니라서 경험치가 상당히 늦게 오릅니다. 경험치는,
의 공식에 따라 결론적으로 36,100이 만랩에 필요한, 필요 경험치가 됩니다. 즉 레벨 2가 되는데 경험치 1,000이 필요하고, 1레벨 올리는 데마다 필요한 경험치가 100씩 증가하게 됩니다. 전투를 할 때 자신의 레벨에 맞지 않는 몬스터를 사냥할 경우, 얻는 경험치가 마리당 1-3정도이기 때문에, 레벨을 올리는 것이 상당히 고된 작업입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방어력이 상관이 없기 때문에 초중반에 hp가 작고 공격력이 낮을 때가 고비였습니다. hp가 가득 차 있을 때도, 전투 한 번에 빈사상태가 되어 마을의 의원을 전투 1번 할 때마다 찾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Ⅲ. 시나리오.
(1)시대상에 맞는 허구의 인물들과 사건.
이 게임은 훌륭한 Faction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적 배경에 허구적 인물들을 배치함으로서 재미를 끌어내는 작업을 잘 해냈습니다. 실재 인물인 허균, 견훤, 임경업부터 전우치, 박씨부인과 같은 소설이나 설화 속 인물들, 게임에서 만들어 낸 각자 사연을 가진 엑스트라 캐릭터들이 한데 어우러져 게임을 만들어 냅니다. 물론 이것이 대체역사성을 지닌다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영웅 활극적인 게임시나리오로서 품격을 더해주는 데에는 흡족할 정도였습니다. 제가 놀란 것은 대학생 수준의 국사 교과서에도 등장하지 않는 골북과 육북등의 개념들이 등장하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인터넷을 찾아보고 붕당에 대해 더욱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2)미숙함의 의외성.
문학 장르를 구분할 때 게임은 시나리오에 속합니다. 소설이 서사와 묘사로 이루어지는 반면에, 각본의 경우 대사와 지문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제작사 산지니에서 의도한 바였는지, 아니면 정말 RPG를 제작해 본적이 없고 해본적도 없는 사람이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맡아 미숙한 면을 그대로 드러냈으나, 게임의 분위기와 이러한 기법이 의외로 잘 맞은 경우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와 같이 게임자체의 배경이 조선의 혼란기이므로 단순히 대사가 나열되고 화면이나 캐릭터의 표정으로 묘사가 되는 게임의 규례를 따르기보다는 소설의 규례를 따름으로서 시나리오에 어울리는 기법의 사용되었다고 봅니다. 또한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허균이 막대한 대사량을 자랑하는데, 키워드 별로 분리되어 있어 말을 중간에 끊을 수 있게 해놓은 것이 포인트입니다. 다만 이 게임은 이전에 어떤 캐릭터에게 말을 걸었는가? 혹은 이전에 이벤트를 실행하였는가? 등의 논리적 로직이 상당히 민감하므로, 좀 피로감이 쌓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3)아쉬운 점.
<오프닝 동영상도 잘만들어져 있는데 중간 중간에 이벤트를 제대로 만들어놓았더라면 참 멋있었을텐데요. 이렇게 치밀한 게임인데......,>
시나리오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게임은 조력자들이 마을에서 밖에 도움을 주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후반에 가면 박씨부인의 아버지 박처사, 임경업 장군 등이 각각 지리산 맵과 백두산 맵에서 동행을 하게 되는데 전투에 참여하는 이벤트가 없어 심심했습니다. 전우치나 박씨 부인, 임경업 등의 초능력이나 신력을 가졌다고 설화 혹은 소설로서 내려오는 인물들을 동료로 삼아 동행했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이 게임은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한양에서 사는 거간꾼의 아이의 엄마가 집을 나갔다는 대화가 있는데, 최후반부에 집을 나간 어머니가 남사당패를 따라다니다 마물에게 잡혀 죽은 이야기가 나오는 등 npc 하나하나의 인생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정작 일지매를 짝사랑 하는 소꿉친구이자 개성의 무당인, 연화와 일지매의 해피엔딩이 등장하지 않아 아쉽습니다. 엔딩 자체가 일지매가 만파식적을 불어 마물들의 왕인 낭혼마두를 물리치는 장면만 등장하고 끝나버리니 말입니다.
Ⅳ. 그래픽과 사운드.
(1)그래픽.
마을의 그래픽의 경우 투박하지만, 일단 게임 시스템 상 모든 것들이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고, 세심하게 움직입니다. 낮밤이 바뀜으로서 그래픽의 명암도 자연히 바뀌는 등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전투 그래픽의 경우 홍길동전과 비슷하고, 컬러 스왑을 이용한 몬스터 디자인이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전투 그래픽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일지매의 hp가 떨어짐에 따라 일지매의 복면이 벗겨지고 얼굴에 서서히 부상이 늘어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일지매의 얼굴이 변하는 것과 같은 차원에서 신기한 것이 있다면, npc가 각각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하였는데, 캐릭터 초상화의 표정은 바뀌지 않지만, npc중에 똑같은 얼굴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게임은 처음봅니다. 보통 엑스트라 캐릭터의 경우 얼굴이 다들 똑같은데 말이죠.
(2)사운드.
마을마다 음악이 다르고, 던전마다 음악이 다릅니다. 특별하게 귀에 있는 음악은 없지만, 음악이 각각 다른 것만 봐도 제작진들이 얼마나 이 게임을 공들여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Ⅴ. 나가며.
<제가 게임을 했을 때는 왼쪽의 스크린샷 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오래전 게임컴의 공략집에는 오른쪽의 스크린샷이 있습니다. 설마 달성도에 따라 진엔딩이 있는 건가요?>
이 게임에 들어 있는 특이한 요소가 상당히 독창적이고 놀라운 것이었기 때문에 놀라면서도 작은 것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이 매우 유감스러운 게임이었습니다. 시대상 그리고 한국 게임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스템을 구상해냈다는 것이 상당히 놀랍습니다. 친구에게 이 게임 이야기를 했더니 이런 게임을 리메이크 해야 한다고 하는데, MMORPG로 이 게임이 다시 재작된다면 꽤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제대로 제작될 리가 없겠지만 말입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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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 이문영작가 대표작으로 <미래경찰 피그로이드>, <자명고(저주를 부르는 북)>등이 있다.
출 1 : 나무위키.
출 2 : 네이버 사전.
스 1 : 이준기 일지매 스크린샷. SBS홈페이지.
스 2 : 일지매 애니메이션 포스터.
http://cafe478.daum.net/_c21_/bbs_search_read?grpid=1H8F8&fldid=JZev&datanum=1450&contentval=&docid=1H8F8JZev145020090514023938
스 3 : 게임컴 95년 공략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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